
구름의 바다를 넘어 별의 정상으로… 라 팔마에서 만난 믿을 수 없는 하루
해발 2,426m 무차초스 봉까지, 미기후와 식생·천문이 빚어낸 ‘작지만 위대한 섬’의 초상

라 팔마 섬 [ 뉴스인 ] 정영훈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 카나리아제도 여행의 3번째 목적지는 제도의 동쪽 끝에서 서쪽끝으로 1박2일간의 항해를 거쳐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바로 라 팔마(La Palma)섬이다. 라 팔마섬은 주먹도끼 모양의 섬으로 카나리아 제도에서 3번째로 작은 섬이다. 그러나 섬의 내부는 험준한 산악지형을 가지고 있다. 이는 라 팔마 섬이 비교적 젊은 섬(400만년전 생성)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라 팔마섬은 지금까지 방문하였던 란자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와는 완전히 다른 기후와 식생대를 보이는 섬이다.

카나리아 해류 가장 큰 이유는 섬의 바로 옆으로 차가운 카나리아 해류가 라 팔마섬의 높은 산과 충돌하여 만들어진 구름층으로 인해 비가 많이 오는 열림우림 기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 팔마 섬은 크지않은 규모임에도 고도에 따라 차별적인 식생대를 보이고 있다. 라 팔마 섬에서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로스 데 무차초스(Los de Mochachos)이다. 높이 2,426m의 라 팔마 섬의 최고봉이면서 카나리아제도 전체에서도 테네리페 섬의 테이데(Teide, 3,715m)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곳이다. 카나리아 제도는 국소지역별로 차별적인 기후와 날씨가 전개되는 대표적인 미기후 지역(Micro Climate)인데, 라 팔마 섬 역시 미기후 특성이 강한 섬이다. 그래서 높은 지역은 날씨변화가 심하여 무차초스 봉까지 갈 수 있는 확율은 평균 1/4 정도 라고 한다. 오늘 산타크루즈 데 라 팔마항의 날씨는 더 없이 화창하다는 일기 예보다. 로스 무차초스 봉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현지 로컬 가이드의 의견이 오랜시간 좁은 산악도로를 구비구비 올라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용 차량도 도로조건에 맞는 차량으로 바꾸었다. 일출이 시작되며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는 이른 시간에 배에서 가장 먼저 하선하여 무차초스 봉까지의 여정을 시작하였다.

산타크루즈 데 라 팔마 시내 라 팔마 항구를 벗어난지 10분만에 가파른 고개 길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현지 로컬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지금부터 해발 2,426m의 무차초스 봉까지 오르는 동안 5번의 극적인 식생대 변화를 볼 수 있을거라고 한다. 가장 먼저 해발 0~300m까지는 바나나, 아몬드 등 평범한 과실수 등을 볼 수 있다. 비교적 낮은 고도에 있는 라 팔마 사람들의 거주지를 벗어나자 본격적인 라 팔마의 식생대가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해발 300~1,000m(월계수, 밤나무 등)

해발 300~1,000m(월계수, 밤나무 등) 300~1,000m 고도 구간에서는 비교적 키가 큰 월계수를 비롯한 밤나무, 소나무 등이 혼재되어 있었다.

해발1,000~1,600m(카나리아 소나무)

해발1,000~1,600m(카나리아 소나무)

해발1,000~1,600m(카나리아 소나무)

해발1,000~1,600m(카나리아 소나무) 해발 1,000~1,600m대의 구간에 도달하자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카나리아섬의 고유종인 카나리아 소나무(Pinus Canariensis) 군락지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해발 1,000~1,600m (구름의 바다)

해발 1,000~1,600m (구름의 바다)

해발 1,000~1,600m (구름의 바다)

해발 1,000~1,600m (구름의 바다) 더불어 구비구비 오르는 산악도로 사이로 갑자기 구름의 바다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습하지만 차가운 카나리아 해류가 높은 라 팔마 섬의 산들과 부딪치면서 자연스럽게 구름층이 형성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 구간에서 만들어진 비와 수분이 섬 전체에 충분한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해발 2,000m(관목지대)

해발 2,000m(관목지대)

해발 2,000m(관목지대) 이어서 해발 2,000m대에 이르자 갑자기 키 큰 나무 들이 사라지고 키 작은 관목들의 군락지가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봄이 되면 노란색 꽃이 만발하여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정상 부근에 접근하면 노출된 암석군과 관목군이 뒤엉켜 있는 곳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곳은 라 팔마 섬의 세계적인 천문 관측소들이 몰려 있는 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한다.

라 팔마 천문 관측소

라 팔마 천문 관측소

라 팔마 천문 관측소 바로 하와이,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이어 세계 3대 천문관측소 중의 하나인 "라 팔마 천문 관측단지"에 온 것이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칸디나비아, 일본 등의 천문대가 이 지역에 집중 배치되어 있었다. 한국의 천문대가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라 팔마의 일본 천문관측소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일본의 천문대였다. 주변에 있는 전통적 방식의 천문대가 아닌 허블 망원경을 대체한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 망원경인 제임스웹 망원경과 비슷한 모습의 최신 전파 망원경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4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살짝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로스 무차초스 (해발 2,426m).

로스 무차초스 (해발 2,426m).

로스 무차초스 정상(해발 2,426m).

로스 무차초스 정상(해발 2,426m).

로스 무차초스 정상(해발 2,426m).

로스 무차초스 정상 (해발 2,426m). 세계적인 천문 관측지역을 통과하여 무차초스 봉까지 마지막 힘을 내어 올랐다. 드디어 해발 2,426m의 정상 정복에 성공하였다. 강렬한 햇빛과 더불어 이루말 할 수 없는 장엄한 풍경이 발 아래에 펼쳐지고 있었다. 칼데라 데 타부리엔테 국립공원(Caldera de Taburiente National Park)의 장관이 한눈에 들어 왔다. 조금 멀리 360도 전방위적으로 구름의 바다가 섬을 휘감은 모습도 보인다. 모두가 숨이 막힐 정도의 압도적 풍경에 넋을 잃었다. 무차초스 봉의 이정표에서 좁은 절벽 길을 따라 10분 정도 이동하니 절벽 끝 전망대에 이르렀다. 강렬한 태양빛이 역광으로 비추기도 하였지만 카메라에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는게 너무 아쉬웠다.

라스 니에베스 성당

라스 니에베스 성당

라스 니에베스 성당의 눈의 동정녀 성모상.

라스 니에베스 성당 내부 감동의 무차초스 봉을 뒤로하고 라 팔마 섬의 두번째 목적지로 떠났다. 다시 구비구비 산악도로를 1시간 이상 돌고돌아 라스 니에베스(Las Nieves)마을에 도착했다. 16명이 살고 있는 아주 작은 산속 마을이다. 그런데 그란 카나리아 섬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장소라고 한다. 라 팔마 섬의 수호성인 "눈의 동정녀 성모님"을 모신 성당이 있기 때문이다. 1493년 스페인 군대에 의해 섬이 점령 당한 이후 관체족의 왕이 강제로 성모님 상이 있는 곳으로 끌려왔는데 알 수 없는 영적체험을 하게 되면서 "Tener Ife(테네이페:관체족 언어로 눈의 성모라는 뜻)라고 외친 이후에 눈의 동정녀 성모님을 수호성인으로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마을의 작은 성당에 모셔진 현재의 "눈의 동정녀 성모님"상은 1768년에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중남미에서 가져온 은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라 팔마의 컨셉시온 전망대.

라 팔마의 컨셉시온 전망대. 라 팔마 섬에서의 마지막 방문지는 "마라도르 데 라 컨셉시온(Mirador de ra Concepcion)" 전망대이다. 라 팔마 항구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 에 안내 간판에 써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 왔다. "La Isla Bonita(Pretty Island)". 작지만 예쁜 섬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라 팔마 섬을 잘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항구에서 해발 2,426m까지의 극적인 고도의 변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드라마틱한 식생대의 변화. 더불어 온 섬을 휘감고 있는 구름의 바다 까지~ 카메라에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자연의 장엄함에 압도당한 하루였다. 한 마디로 라 팔마는 작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위대한 모습을 한 큰 섬이라는 생각이 든다. "Incredible Island, La Palma"

정영훈 여행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