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산이 빚은 외계 행성, 란자로테의 경이로운 풍경에 반하다 !
카나리아제도에서 시작된 2026년 여정… 자연의 장엄함과 세자르 만리케의 철학이 만난 경이로운 하루

카나리아 제도 [ 뉴스인 ] 정영훈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 2026년 첫번째 여행을 떠났다. 이번 목적지는 조금 먼 곳이다. 북아프리카 대서양상에 있는 "카나리아 제도와 마데이라 제도 상의 여러 섬들을 방문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카나리아제도와 마데이라 제도 모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지역일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우리에게 아주 낯선 곳은 아니다. 1960~70년대 우리나라가 못 살때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가 취업을 하러 떠나던 같은 시기에, 바다에서는 원양어업 선원들이 외화벌이를 위해 진출한 곳이 바로 카나리아제도 섬 중의 하나인 그란 카나리아 섬의 라스팔마스였기 때문이다. 카나리아제도는 "신의 은총을 받은 섬"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연중 20도~22도 내외의 온화한 기후를 자랑한다. 과거에는 7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였으나 현재는 라 그라시오사 섬이 추가되어 8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나리아 제도의 형성 재미있는 것은 8개의 섬이 모두 인접한 거리(410km 이내)에 있는데, 모두 특색있는 기후와 차별적인 풍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라 그라시오사, 란자로테, 푸에르테벤투라, 그란 카나리아 등의 섬은 건조한 기후대를 보이고 있고, 반면에 테네리페, 라 팔마, 라 고메라, 엘이에로 등 대서양쪽으로 떨어져 있는 섬들은 열대습윤 기후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란자로테 섬(자료: stepmap.de) 이들 섬들은 멀게는 2,000만년전에, 가깝게는 110만년전에 해저 화산폭발에 의해 형성된 태평양상의 하와이섬들과 비슷한 생성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화산섬이다. 오늘은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란자로테 섬(Lanzarote)찾았다. 카나리아제도의 8개섬 가운데 푸에르테벤투라 섬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섬이다. 그런데 란자로테 섬은 오래된 섬(2,000만년전 생성)이면서 동시에 젊은 섬이라는 야누스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이는 1730년~1736년 그리고 1824년 대규모 화산 분출로 섬 전체의 1/3정도가 용암의 바다로 뒤덮였기 때문이다. 현재 란자로테에서는 당시의 용암의 바다가 뒤덮인 광대한 곳을 티만파야 국립공원(Timanpaya National Park)으로 지정하여 보전하고 있다.

티만파야 국립공원 입구 티만파야 국립공원에 들어서면 눈 앞에 이국적인 풍경을 넘어 외계 행성에 온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질 만큼 충격적 풍경이 펼쳐져 있다. 검은 색과 붉은 색의 용암의 잔해와 노르스름한 이끼 그리고 파란 하늘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어 화성에 온 것과 같은 착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티만파야 국립공원 전경 실제로 외계를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고전 배우 라퀠 웰치 주연의 "BC 10,000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혹성탈출"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곳 티만파야 국립공원은 지금도 땅 밑 바로 밑은 온도가 200도, 10m 지하는 600도 넘기 때문에 정해진 길 이외에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낙타 투어, 트레킹 투어, 버스 투어가 있는데 우리는 가장 인기가 많은 버스투어를 하였다. 장장 17km 구간의 다양한 유형의 용암지형을 생생히 볼 수 있다.

티만파야 국립공원(성모상 용암)

티만파야 국립공원(라 모미아/미이라 형상)

티만파야 국립공원(1824년 분출한 분화구) 용암분출과 화산가스에 의해 만들어진 특이한 곳이 많다. 기도하고 있는 성모님의 모습을 한 곳도 있고, 분화구에 사람의 형태를 띤 미이라 형상 모습(마 모미아 )을 모습을 한 곳도 있다. 현재 란자로테 섬에는 300여개의 화산 분화구가 남아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옥수수 콘 모양의 분화구는 100여개 인데 가장 아름다운 모양의 분화구 역시 티만파야 국립공원에 있다. 거무스름한 황토색의 분화구와 파란 하늘이 멋진 풍경을 연출해 내고 있다.

엘 골퍼(El Golfer) 화산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멋진 풍경은 엘 골퍼(El Golfer)라는 곳에서 볼 수 있다. 오래전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분화구가 절반은 바다에 함몰되고 절반은 해변에 남게 되었는데, 호수와 같이 물을 담고 있고 그 물이 녹색의 그린 라군을 형성하고 있다. 파란 하늘, 검은색의 모래 해변, 하얀 파도의 포말 그리고 그린색의 라군이 절묘한 색감의 조화를 만들어 낸 곳이다. 한마디로 자연의 경이의 연속이라 할 수 있는 곳이 란자로테 섬의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오후에는 란자로테 섬의 북쪽으로 이동하였다. 이 곳에서 오늘날의 란자로테 섬을 유명 관광지로 재탄생시킨 "세자르 만리케(Cesar Manrique)"라는 위대한 예술가를 만날 수 있다.

세자르 만리케(Cesar Manrique). 란자로테 출신의 세자르 만리케는 1960년대 중반 고향으로 돌아와 당시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란자로테 섬의 개조작업을 시작하였다. 먹을 물도 거의 없고(연평균 강수량 150mm) 용암이 덮어버려 농사를 지을 땅도 거의없어 아무도 관심없는 버려진 섬을, 미친 놈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섬의 모든 것을 고쳐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세자르 만리케의 철학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공간을 재창조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세자르 만리케의 철학이 반영된 초기 걸작이 바로 란자로테 섬의 북쪽에 있는 "미라도르 델 리오"와 "하메오스 델 아구아"이다.

미라도르 델 리오(Mirador del Rio)에서 바라본 라 그라시아 섬

미라도르 델 리오(Mirador del Rio).

미라도르 델 리오(Mirador del Rio). "미라도르 델 리오(Mirador del Rio)"는 란자로테 섬과 라그라시오사 섬 사이의 해발 475m 높이의 절벽에 만들어진 전망대이다. 섬과 섬 사이 이기 때문에 일종의 해협이라고 해야 하나, 그 모습이 마치 강처럼 보인다고 하여 "리오(river라는 뜻)"전망대라는 호칭이 붙었다. 이 곳에서 북쪽으로 1,000km 를 올라가면 이베리아 반도가, 동쪽으로 120km를 이동하면 아프리카 대륙이, 서쪽으로 5,600km를 이동하면 아메리카 대륙이 나온다고 한다.

하메오스 델 아구아(Jameos del Agua).

하메오스 델 아구아(Jameos del Agua).

하메오스 델 아구아(Jameos del Agua).

하메오스 델 아구아(Jameos del Agua). 이어서 또 하나의 만리케의 걸작인 "하메오스 델 아구아(Jameos del Agua)"를 찾았다. 20,000년전 폭발한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바다로 흐르면서 화산가스에 의해 6km 길이의 용암동굴이 만들어 졌다고 한다. "하메오스 델 아구아"는 용암동굴 천장이 무너진 3곳(하메오스라고 함)을 창의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동굴안에는 역시 라군(호수)이 있는데, 해저 4,000m의 심해에서만 서식하는 맹인 게(Blind Crab)가 서식하고 있는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라군을 지나 위쪽으로 올라가면 파라다이스와 같은 아주 이쁜 연못이 나온다. 야자수와 파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연못, 검은색의 화산석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한 폭의 그림같은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여기서 조금 뒤편으로 이동하면 숨겨져 있는 놀라운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천연 용암동굴을 이용하여 만든 공연장이다. 어떠한 음향장치도 필요없는 자연 그대로의 최고의 공연장이다. 하루종일 숨가쁘게 몰아친 자연의 경이와 만리케의 천재적 작품을 되돌아보며 잠시 여유롭게 커피를 마셔본다. 한편 란자로테 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필 수코스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란자로테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것이다. 비도 잘 오지 않는 척박한 땅에 웬 와이너리라고 하겠지만, 지구상의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정말 독특한 와이너리를 볼 수 있다.

란자로테 와이너리(라 게리아)

란자로테 와이너리

란자로테 라 게리아 와이너리 오늘은 대표적인 란자로테 와이너리인 "라 게리아(La Geria)"를 잠시 찾았다. 화산재와 용암층을 원추형 모양으로 파 내려가 화산지층 밑의 토양에 포도나무 3~4그루를 심고 위쪽에는 돌을 둘러쌓아 바람을 막는 방식인데, 아주 멋진 장관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재배되는 포도는 말바지아 볼카니카라는 품종으로 특히 화이트 와인이 유명하다. 당연히 지나칠 수 없기에 대표적인 놈으로 한병을 구매하였다. 오늘은 하루종일 충격의 연속이었다. 화산이 만들어낸 자연이 경이 앞에서 말이다. 형형색색의 천연 물감으로 이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위대한 자연 앞에서 원형을 훼손시키지 않고 최소한도의 개입만으로 인간의 의지를 투영한 세자르 만리케 역시 시대를 앞서간 대단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장엄함과 인간의 위대함을 동시에 느낀 흔치않은 경험을 한 의미있는 하루였다. Wonderful Lanzarote! Fantastic Lanzaro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