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빚은 황토 빛깔의 섬, 푸에르테벤투라를 걷다
화산의 시간 위에 세워진 옛 수도 베탄쿠리아와 전망대에서 만난 카나리아제도의 또 다른 얼굴

푸에르테벤투라 섬 [ 뉴스인 ] 정영훈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 란자로테에 이어 두번째로 방문한 카나리아제도의 섬은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이다. 카나리아제도에서 가장 오래된 섬이다. 무려 2,000만년전에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섬이라고 한다. 오래된 섬이라는 특징은 섬 전체가 완만한 구릉으로 이루어져 있고, 토양의 색깔 역시 황토색으로 뒤덮여 있는데서 잘 알 수 있다. 또한 푸에르테벤투라 섬은 "바람의 섬"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섬의 북쪽 지역은 바람을 이용하여 즐길 수 있는 해양스포츠의 천국이다. 패러 글라이딩, 서핑, 요트의 천국인 것이다.

푸에르테벤투라 섬의 알로에 베라 농장 오늘 우리팀의 첫번째 목적지는 알로에 베라 농장이다. 비가 잘 오지않는 건조한 기후를 가진 이 섬에 농작물을 경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현재 푸에르테벤투라 섬에서는 알로에 베라, 마호레즈라고 하는 염소치즈 등이 대표적 상품으로 생산되고 있다. 알로에 베라의 경우 멕시코를 비롯하여 전세계 여러 곳에서 알로에 베라가 재배되고 있는데, 이곳 사람들 역시 카나리아산 알로에 베라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세계 최고 품질의 알로에 베라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푸에르테벤투라 섬의 알로에 베라 농장 그 이유를 물어보는 첫째, 일년 365일 중 364일이 화창할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일조량이 있고, 두번째로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화산 토양에서 재배되며, 셋째 대서양의 바닷바람이 끝임없이 풍부한 수분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란다. 일행 중 한분이 전문가였는데 정말 좋은 품질의 알로에 베라라고 한다.

푸에르토벤투라 섬의 도로 풍경 알로에 베라 농장을 출발하자 곧 푸에르테벤투라 섬 만의 고유한 특징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얼핏보면 황무지를 연상시키는 황토색의 풍경이 좌우로 끝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높지 않은 완만한 구릉들을 구비구비 넘어 도착한 곳은 "미라도르 리스코 데 라스 페나스(Mirador risco de las penas")라는 전망대이다.

미라도르 리스코 데 라스 페나스(Mirador risco de las penas)전망대 풍경 청명한 하늘 아래 펼쳐진 완벽한 무공해 청정지역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이곳은 건조한 기후로 인해 식물들이 자라기 어려운 식생대이다. 한마디로 황무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미라도르 리스코 데 라스 페나스(Mirador risco de las penas)전망대 풍경

미라도르 리스코 데 라스 페나스(Mirador risco de las penas)전망대 풍경 그런데 이곳은 버려진 듯한 황량한 황무지가 아닌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는 황무지라고 할 수 있다. 풍경에 도취되어 바라보다가 무엇인가의 느낌이 들어 발 밑을 보니 다람쥐가 보였다.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멀리서 오랜 만에 찾아온 친구를 반겨주는 듯한 느낌이다.

베탄쿠리아 이정표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니 "Municipio de Betancuria"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곧 우리의 두번째 목적지 베탄쿠리아에 가까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베탄쿠리아는 1404년 스페인의 정복자 "장 드 베탄쿠르"가 푸에르테벤투라 섬에 건설한 최초의 마을이었다.

베탄쿠리아로 가는 길 당시 근처 바다에서 활동하였던 바르바르 해적들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해안가가 아닌 내륙에 마을을 건설한 것이라고 한다. 이후 베탄쿠리아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이 섬의 수도 역할을 하였다.

옛 수도 베탄쿠리아 풍경 현재의 베탄쿠리아는 작지만 15세기 이후 이곳의 전통 가옥 등이 잘 보존되어 있는 아주 아름다운 마을로 유명하다. 마을에 세워져 있는 성당은 카나리아제도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옛 수도 베탄쿠리아 풍경 골목길을 거닐면 아름다운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아무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작품사진이 된다. 조금 밑으로 내려가니 "낚시꾼과 당나귀" 조형물이 보인다. 아마 마을에서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포토존으로 보인다. 조금더 내려가자 전통방식의 우물도 있었다.

옛 수도 베탄쿠리아 풍경

옛 수도 베탄쿠리아 풍경

옛 수도 베탄쿠리아 풍경

옛 수도 베탄쿠리아 풍경 그리고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고고학 박물관도 볼 수 있다. 내부에는 원주민인 관체족의 유물과 유해 등을 전시해 놓았다. 흥미로왔던 사실은 당시 신석기 수준의 문명을 가지고 있었던 관체족이 사용하였던 토기들이 많이 낯익어 보였다. 마치 우리나라 고조선 시대의 빗살무니토기와 유사해 보였다.

베탄쿠리아 고고학 박물관(관체족)

베탄쿠리아 고고학 박물관(토기)

베탄쿠리아 고고학 박물관(멧돌) 더불어 우리의 멧돌과 비슷한 유물도 보였다. 더불어 원주민인 관체족의 형상을 볼 수 있었는데 푸른 눈의 금발 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평균신장이 무려 170~190cm 이르는 장신이었다고 한다. 옛 수도 베탄쿠리아를 떠나 푸에르테벤투라 섬의 대표적 명소 기즈 아요세 전망대(Mirador de Guise y AyoseGeye)와 모로 벨로사 전망대(Mirador de Morrovelosa)를 찾았다. 두 곳 모두 푸에르테벤투라의 지형적 특징을 한 눈에 알 아 볼 있는 곳이다.

원주민인 관체족의 왕(기즈 아요세) 청동상 기즈 아요세 전망대에는 15세기 이곳을 통치했던 관체족의 두 왕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당시 섬의 남쪽을 다스렸던 막소라타(Maxorata) 왕국의 기즈 왕과 북쪽 지방을 다스렸던 한디아(Jandia) 왕국의 아요세 왕의 동상이다. 1402년 카나리아 제도에 상륙한 스페인 군대는 이곳 원주민들과 치열한 전쟁을 통해 섬을 하나 하나 점령해 갔는데, 오늘 찾은 푸에르테벤투라 섬에서는 원주민과 스페인 군대간의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협정이 이루어져 큰 갈등이 없었다고 한다. 이유는 원주민들에게 절대적 영향을 주었던 주술사가 신의 계시를 받고 평화협정을 맺으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4m 높이의 청동으로 만들어진 기즈와 아요세 왕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모로 벨로사 전망대 표지석

모로 벨로사 전망대 풍경

모로 벨로사 전망대 풍경 기즈 아요세 전망대에서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가장 높은 지점에 모로 벨로사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는 란자로테의 영웅 세자르 만리케가 만든 전망 휴게소가 있다. 그런데 지금은 보수공사로 인해 어수선한 모습이다.

모로 벨로사 전망대 풍경

모로 벨로사 전망대 풍경

모로 벨로사 전망대 풍경 모로 벨로사 전망대 건물을 끼고 옆으로 산등성이를 조금 오르면 주변 모든 지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최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바람의 섬 답게 강한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다. 그렇지만 어제의 란자로테 섬의 외계행성 풍경과는 또 다른 스펙터클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온통 황토색으로 채색된 능선이 장대하게 이어져 있다. 새파란 하늘과 또다른 대비를 이루는 황토색의 조화는 자연이 만든 한 폭의 수채화라 할 수 있다. 카나리아제도의 7개의 섬은 모두 제각기 다른 고유의 색과 기후, 식생대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카나리아제도를 여행한다는 것은 일곱 색깔 무지개와 같은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제 검붉은 색의 외계행성 란자로테를 보았고, 오늘 황토색의 수채화 같은 푸에르테벤투라 두가지 맛을 체험하였다.

내일은 또 어떤 색깔을 가진 섬을 여행하게 될 지 기대를 안고 3번째 섬 라 팔마(La Palma)로 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