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크루즈시장이 2000만명시대를 열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0.01% 수준인 2만명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다소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이는 각 선사들이 동북아지역에 잠재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기대하는 것과도 차이가 있다.
실제로 한국은 2010년에 2만5000명 정도의 크루즈 수요를 창출하며 크루즈 여행 대중화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올해, 1만명을 약간 넘는 수준으로 절반이상 수요가 감소했다. 내년 역시 신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다.

올해 부진에 주된 이유를 꼽자면 일본 동북부 지진으로 인해 한국시장에서 70∼80%를 차지하는 한/중/일 크루즈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내년도 전망이 어두운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중국시장에 밀려 한국이 모항지에서 제외된 선사가 많다는 것.
실제로 2010년에는 한/중/일 크루즈가 한국 시장에 본격 소개됨과 동시에 부산 및 인천을 모항 하는 크루즈가 20항차가 넘어 크루즈 여행의 대중화가 야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의 크루즈 수요가 중국으로 기울면서 2011년과 2012년의 판세는 뒤바뀌었다.

이는 중국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판매사들이 크루즈 판매의 위험 요소를 감안하고 무리하게 캐빈을 확보할 의사가 없어 나타난 현상이다.

크루즈 캐빈은 풀 데포짓(Full Deposit) 형태로 진행된다. 만약 예측한 수요만큼 모객을 못 했을 경우 손해 폭이 큰 것은 물론, 선입금 시기가 1년 정도 앞당겨 지기 때문에 규모가 큰 투자금액이 오랫동안 묶여 있는 데다, 순수 돌려 받는 데포짓의 경우도 환차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다.

때문에 한국에선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 내년도 한/중/일 크루즈 객실을 선뜻 확보하겠다고 나서는 판매사가 없는 상황이며, 이에 크루즈 선사는 데포짓을 하는 중국시장에 캐빈 공급비율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 결과 한국에서는 현재 크루즈 단독상품이 한정돼 있다. 내년에 모항지로 한국을 포함하겠다고 의사를 내비친 선사는 코스타 크루즈와 로얄캐리비언 크루즈의 보이저호 뿐이다.

그러나 보이저호는 한국 모항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제한적인데다, 코스타도 한국시장에 할당된 캐빈의 규모를 아직 확정하지 않아 실 공급규모 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크루즈 판매사들은 한/중/일 크루즈에서 벗어나 보다 다각화된 크루즈 상품을 계획하고 있다.
예컨대 하나투어는 크고 작은 동남아 크루즈 상품을 패키지 일정에 포함시키는 등의 방법을 통해 크루즈 단독상품이 아닌 복합 상품을 구성할 계획이다.

동남아 지역을 항해하는 크루즈 상품은 스타크루즈의 버고호와 같이 짧은 일정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아 일반 패키지 상품안에 당일 또는 1박2일 정도로 일정을 구성하기 수월하다.

이 경우 한국이 모항지가 아닌 크루즈 상품을 판매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항공블록 확보의 어려움이 줄어들고 캐빈 하드블록의 위험부담 역시 줄일 수 있다. 또한 여행객에게 크루즈 여행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게 해, 크루즈 여행에 대한 인식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이에 크루즈를 판매하는 여행사 관계자는 “크루즈가 낼 수 있는 위험부담은 생각하지 않고 2010년 너도나도 뛰어들어 시장이 흐려져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며 “한국의 크루즈 단독 상품 시장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크루즈 상품의 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안해야 제2의 도약기를 맞을 수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소진 기자> sj@gtn.co.kr